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맛들이 제각기 다르다. 포도가 같은 품종이라도 생산지역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프랑스 보르도 지역과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 산으로 비교해 보면 그 향과 맛이 아주 다르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물론 같은 품종이라도 다른 맛의 와인을 만드는 차이는 와인의 양조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재배지역의 총체적 자연 환경이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포도밭의 토양, 위치, 지형적 조건, 기후 등을 말하며 이를 ‘떼루아르(Terroir)’ 라 부른다. 한마디로 떼루아르는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1. 토양
떼루아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토양이다. 그만큼 포도나무 뿌리가 내린 토양의 지층구조가 영향을 많이 주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알고 있는 비옥한 토양구조는 그다지 도움이 못 된다.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포도나무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토양이 비옥하면 가지나 잎이 너무 많이 자라고 포도 알로 가야 할 양분이 적어져 포도송이가 빈약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뿌리가 두꺼워져 길게 자라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포도 재배 농부들은 척박한 상태의 토양구조를 선호한다. 이러한 토양에서 포도나무는 물과 양분을 찾기 위하여 토양 속으로 더 깊고 더 넓게 뿌리를 내리고 각 지층에 있는 다양한 미네랄과 영양분을 흡수해 포도송이로 보내 질 좋은 포도가 열리게 하는 최고의 역량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포도나무의 성장을 막아 포도알이 잘 농축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자갈, 모래, 석회석, 진흙, 암반 등이 혼합된 상태의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을 품질 좋은 포도나무로 자라게 하는 대표적 토양구조라 친다.
포도나무는 어떠한 식물도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이런 토양에서 자란 포도는 생산량이 제한되기 마련이다.
토양구조의 성분 배합에 따라 각 지역의 와인이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자갈의 역할은 낮 동안의 태양열을 간직하다가 밤에 열기를 뿜어주는 지열효과를 도와주며 진흙의 역할은 수분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 주고 공급해 주는 기능을 하는데 그 성분 배합에 따라 열매의 성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석회질 토양은 와인의 육질감을 가져다 주고 진흙질 토양은 와인의 단단한 구조와 탄닉함을, 규토질 토양은 와인의 부케와 섬세함을 가져다 준다.
토양과 포도품종의 결합에도 이상적인 것이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보졸레 누보 포도품종인 가메이 품종은 화강암 토양에서 잘 자라며 부르고뉴와 샹파뉴지방에서 재배하는 샤도네이 포도품종은 석회질 토양에서 잘 자란다.
2. 방향
가장 이상적인 포도밭의 방향은 동-남쪽이다. 동-남쪽 방향은 포도밭이 최상의 일조량을 보장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포도밭은 약간 경사진 언덕이나 구릉지역으로서 일조량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서리의 피해를 덜 받고 배수가 용이한 지역이라 한다.
3. 고도
고도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고도는 온도와 연관된다. 너무 높은 곳에 포도를 심을 경우 온도가 내려가 포도가 잘 익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위치나 지형적 조건은 남 북위 30~50도에 위치하고 평균 기온이 섭씨 10~20도를 유지하는 지역이 주산지로 분포된다. 바로 이런 대표적 산지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미국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와인 생산국들에 분포한다.
4. 기후
포도나무는 극단적인 기후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조량, 기후, 바람, 습도 등은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것이 빈티지에 해당하는 것이다. 어느 해이던지 똑 같은 조건의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해는 봄철 서리에 의해 포도밭이 피해를 입는 해도 있으며 어떤 해는 너무 건조해 포도농사를 망친 해도 있다. 이런 자연적인 환경은 포도나무가 어릴수록 피해가 심하다.
포도나무 생육에는 여름엔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유지돼야 좋다. 포도의 당도와 산도의 균형이 조화로워지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아야 하며, 수확이 끝난 겨울에는 날씨 변화가 커서 포도나무가 온도에 잘 적응하고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포도 수확하기 한달 전인 8-9월의 기후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가 포도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하는 보르도지역의 떼루아르에 대한 소개 내용이다.
AOC 보르도 떼루아르 :
보르도 지역내 전포도원에 걸쳐 생산된다. 다양한 토양의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포도 품종이 심어 졌으며 여러 품종을 블랜딩하여 같은 AOC라도 각자 개성이 다른 와인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보르도 AOC의 와인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우아함과 힘의 아름다운 조화인데 그것이 바로 보르도 AOC 떼루아르의 상징이다.
메독과 그라브의 떼루아르 :
조약돌과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 되고 계단식 밭이나 산등성이에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어 낮 동안 열을 잘 흡수하였다가 밤에 방출한다. 주품종은 꺄베르네 쏘비뇽이며 복합적이며 꽉찬느낌의 남성적인 와인을 만든다. 장기 보관하기에 적합하다.
스위트 와인 떼루아르 :
쏘떼른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이 귀한 와인은 갸론강과 갸론강의 지류인 씨롱강의 미세한 온도 차이로 발생하는 안개의 영향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기후현상은 보트리티스 씨네레아(Botrytis Cinerea)균의 성장을 도와 (귀부현상) 일반 와인이 아닌 황금색의 와인을 탄생시킨다.
드라이 화이트 와인 떼루아르 :
갸론강와 도르도뉴강 사이의 점토석회질 토양과 쏘비뇽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떼루아르의 이미지에 맞게 깨끗하고 상쾌하며 과일향이 난다.
꼬뜨 드 보르도 떼루아르 :
강 주변에 햇빛이 많이 쬐는 언덕에 포도밭이 모여있다. 과일향이 나고 풀바디한 와인이 생산되며 여느 와인에서 맛볼 수 없는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 포도밭이 경사지기 때문에 수작업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품질 대비 가격이 매력적이다.
쌩떼밀리옹 뽀므롤 프롱싹 떼루아르 :
이 떼루아르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품종인 메를로는 화려하고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와인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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