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7. 1.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은 전 세계 와인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누보데이’이다. 누보데이는 1938년에 지역 축제였던 것이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1951년에 공식적으로 보졸레 누보데이로 지정됐으며, 처음에는 11월 15일에 와인을 첫 출시했다.

보졸레 지방은 부르고뉴 지방에 속하지만, 전통적인 부르고뉴 와인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보통의 부르고뉴의 레드와인은 유명한 "피노누와(Pinot Noir)"라는 품종을 사용하지만, 보졸레 지방의 화강암 토질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가메이(Gamay)"라는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만든다.

보졸레 지역의 기후는 온화하고 따뜻하며 토양은 단단한 화감암으로 이루어져 포도 특유의 과일향과 꽃 향이 가득한 싱싱하고 신선한 포도주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보졸레에서는 그 해의 포도로 갓 생산된 포도주를 포도주 통에서 바로 부어 마셨다.

보졸레지역의 지역적인 전통으로 햇 와인을 마시던 이 축제는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 남부지역에 피난 갔던 파리지앵들의 향수를 자극하게 돼 엄청난 붐을 맞이하게 되고, 1985년부터는 지금과 같이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출하하면서 전 세계 동시 공급이라는 마케팅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었다. 누보 수확철이 되면 프랑스 전역에서 4만명의 수확꾼들이 모여들어 일주일만에 2만2천 헥타르에 달하는 햇포도를 다 수확한다고 한다.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방식을 보면, 포도를 수확하여 열매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송이 채 탱크에 집어넣어 탄산가스를 가득 채워 산소를 제거한다. 그러면 밑에 있는 포도는 무게 때문에 으깨지고 중간에는 다소 깨지고 위에는 그대로 있게된다. 그러면서 아래쪽에는 주스가 우러나오면서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적은 양의 당이 알코올로 변하여 1.5-2.5% 정도 농도가 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에 거친 맛을 주는 사과산(Malic acid)의 농도가 1/2 정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결국 와인의 산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8- 10일 정도 이런 발효를 시키다가 압착하여 정상적인 발효 즉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2-3일 진행시켜 알코올 발효를 완성시킨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아로마 즉 포도 품종 자체의 향과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향이 좋아지고, 폴리페놀의 추출도 덜 되므로 쓰고 떫은맛이 약해진다. 단, 가지에서 우러나오는 냄새 때문에 풋내가 날 수 있으며, 잡균 오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서 숙성기간이란 있을 수도 없이 바삐 정제하여 출하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품질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즉 오래 두면 침전이 생긴다든지 맛이 변한다든지 문제가 일어난다. 그래서 오래 두지 말고 빨리 마시야 한다는 것이며, 보졸레는 레드와인이지만 마실 때는 화이트처럼 취급하여 차게 마시며 진한 육류하고는 어울리는 맛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보졸레 누보는 화이트와인에 가장 가까운 레드와인이다보니 화이트에서 레드로 미각이 변화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당한 레드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와인애호가들이 알아야 할 보졸레 누보에 대한 상식 8가지가 있다.

1. 수확이 언제 시작됐던, 누보는 11월 셋째주에 출시된다.
2. 보졸레 지역은 남북으로 34마일이고 동서로 7~9마일이며, 프랑스에서 세 번째 큰 도시인 리용의 북쪽, 그림같이 아름다운 이 지역에는 4천여 포도농가가 있다.
3. 보졸레지역의 모든 포도는 반드시 손으로 수확을 하며, 손으로 수확하는 것을 법으로 정해놓은 곳은 샹파뉴와 이곳뿐이다.
4. 가메이(Garmay)라는 품종은 보졸레 지역에 허가된 유일한 품종이다.
5. 누보는 보졸레 지역에 있는 10크뤼 지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니고, 보졸레나 보졸레 빌라쥐 지역을 아펠라시옹으로 가지는 와인이다.
6. 누보는 약간의 탄닌만 추출해 와인의 프레쉬함과 과일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살리는 탄산침용방법으로 양조돼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7. 누보는 다음해 3월까지만 마시는 와인이다. (크리스마스전에 마실 것을 권한다)
8. 보졸레누보는 신선함과 과일적인 특징을 더 잘 느끼기 위해 화씨 55도 즉, 섭씨 12.7도 정도에서 음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보졸레 누보와 잘 어울리는 음식은 리옹(Lyon)지역에서 생산되는 육고기나 햄 종류들이며, 또한 이 지역의 마코네(Maconnais)와 샤롤레 (Charolais)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일반적으로 소프트 치즈나 프레쉬 치즈도 보졸레의 과일향과 잘 어울린다.

사실 햇 와인은 와인을 생산하는 모든 국가에 다 있다. 이태리에서는 ‘Vino Novello’라 부르며, 프랑스보다 13일 빠른 11월 첫째주 금요일날 누보와인을 출시한다. 독일에서는 ‘der Neue Wein'으로 불리고 한국의 샤또 마니에서도 누보와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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